모두가 ‘간편결제’ 쫓을 때 다른 해법 찾아 뜬 ‘마르케타’

[뜨는 실리콘밸리 테크 기업] 맞춤형 카드 발급사 마르케타

삼성페이, 애플페이, 토스, 카카오 페이···.

핀테크 산업이 발달하면서 각종 실물 카드로 지갑이 두툼해졌다는 얘기는 ‘한때’가 되어 버렸다. 스마트폰에서 대부분의 송금 처리가 가능해졌고 이제는 간편결제가 각광받는 세상이다. 하지만 여전히 신용카드가 결제수단 1위를 고수할 만큼 지급 결제 시장에서 실물 카드의 중요성이 아직 남아있다. 그렇다면 기업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모든 금융 인프라를 갖춰야만 할까. 실리콘밸리 핀테크 기업 마르케타(Marqeta)가 이 같은 고민의 해법일 수 있다. 클라우드 기반 API로 ‘카드’ 결제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마르케타를 살펴본다.


모바일 카드부터 실물 카드까지, 맞춤형 결제 경험 제공


‘마르케타(Marqeta)’는 고객에게 맞춤형 카드를 발급하는 핀테크 기업이다. 스마트폰 속 모바일카드나 실물 카드, 결제할 때마다 새롭게 생성되는 가상 카드가 주된 지급 대상이다. 사업체가 자신의 특성에 맞는 카드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큰 관심을 받아왔다.

그동안 금융권 혁신의 초점은 ‘결제 간소화’에 머물렀다. 그 결과 간편결제나 송금 서비스가 탄생했지만, 정작 결제환경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카드지급 방식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이런 이유로 마르케타는 비자와 마스터카드의 결제 네트워크를 클라우드 기반의 API로 연동시켜 제공한다. 결제분야의 틈새시장을 공략한다는 취지인데, 기업은 큰 수고를 들이지 않고 마르케타를 통해 독립적인 결제 수단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공급자와 소비자를 연결시켜주는 플랫폼 비즈니스가 급부상하면서 마르케타의 존재감은 더욱 커졌다. 금융 인프라가 부족한 플랫폼 특성상 결제 과정에서 고객 이탈을 막는 지급 방식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오픈 API로 자체 카드를 발급해 주는 마르케타가 이들의 부담을 줄여줬다. 우버나 인스타카트, 도어대시 등 내로라하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고객인 이유다. 마르케타를 통해 자체적인 결제 시스템을 도입한 이들은 플랫폼 개발에 ‘마침표’를 찍게 된 셈이다.

카드 결제 과정에 기업이 관여할 수 있다는 점도 마르케타가 가진 장점 중 하나다. 기업은 마르케타를 통해 사용 가능한 금액과 위치를 설정할 수 있다. 개별 거래마다 결제 사기를 막고 정확한 정산을 유도한다는 취지다. 한 예로 도어대시는 자사 배달원에게 ‘레드카드’를 지급하고 있다. 마르케타의 API가 적용된 레드카드는 고객 주문과 일치하는 금액과 식당에서만 결제 승인이 이뤄진다. 도어대시의 마이크 킴 금융 담당 VP는 “음식점은 판매 시점에 지불 받기를 원한다”면서 “마르케타로 인해 우리가 식당의 요구사항을 충족시키며 사업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마르케타는 실물카드의 ‘디지털화’에도 활발히 나서고 있다. 지난해 7월, 제이피모건체이스(JPMorgan Chase)와의 협업 사례가 대표적이다. 제이피모건체이스는 마르케타와 파트너십을 맺고 스마트폰에서 사용 가능한 ‘가상 카드’를 내놨다. 이미 발급된 실물카드인 경우에도 애플페이나 삼성페이에 적용할 수 있어 디지털 카드결제 시장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르케타의 옴리 다한 최고 재무 책임자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거대 금융 기관들은 현대 기술에 접근하기가 어렵다”라면서 “우리는 그들이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핀테크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말했다.


핵심은 ‘API’와 ‘타겟층’, 향배 가른 배경은


지금은 미국 최대 은행과 협업 관계에 있을 만큼 성장했지만, 마르케타는 2010년 창립 이후 몇차례 부침을 겪어 왔다. 마르케타는 10년 전 식료품 업계를 상대로 마일리지 결제 서비스를 시도했으나, 큰 수익을 거두지 못하고 철수했다. 3년 뒤에는 페이스북과 함께 기프트 카드 사업을 펼쳤다가 2014년 서비스를 중단했다. 창업자인 제이슨 가드너가 과거 집세 결제 시스템을 매각했던 사례를 포함하면, 마르케타는 내놓는 비즈니스마다 번번이 실패를 한 꼴이다. 

마르케타는 이후 오늘날의 카드 발급 모델을 생각해냈다. 2016년부터 매출이 두세 배씩 뛰며 만족스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성패는 ‘API’와 ‘타겟층’에 있었다는 평가다. 마르케타는 API 접근 방식으로 결제 시장에 뛰어들었다. API는 애플리케이션 사이를 잇는 일종의 ‘매개체’다. 핵심 기술에 능통할 필요 없이 단순히 API를 호출하면 되기에 편리성에서 강점을 보인다.

기업 입장에서는 금융 인프라에 따로 투자할 필요 없이 결제 방식을 자체적으로 꾸릴 수 있다. 카드 발급은 고객 수 증가를 의미하기도 했다. 신규 사용자를 유입하고 기존 고객의 결제 경험도 풍부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마르케타가 고객의 소비 패턴을 분석하면서 인사이트를 제공받게된 점이 이들에겐 주효했다. 제이슨 가드너는 “우리는 결제 정보의 기록이나 장부를 고객에게 넘겨주어야 한다”고 했다. 

기술 기업들을 목표 고객으로 정했다는 것도 성공에 큰 역할을 했다. 마르케타는 스퀘어(Square), 어펌(Affirm), 클라나(Klarna)  도어대시(Doordash), 인스타카트(Instarcart) 등 실리콘밸리의 유망한 기술 기업들을 파고들었다. 퍼스트 데이터(First Data)와 FIS 등 기존의 카드 발급 업체가 주로 은행을 상대로 비즈니스를 펼쳐온 사실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해 제이슨 가드너는 기존  업체와의 협력 관계를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성장 속도와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기술 기업을 선점한 효과는 실적 증가로 나타났다. 2016년부터 고객사로 둔 온라인 결제 업체 스퀘어는 기업가치가 320억달러(약 35조6300억원)로 초창기보다 무려 8배나 상승했다. 현재는 50억달러(약 5조5600억원) 가량을 마르케타를 통해 처리하며 큰 수익을 가져다주는 기업으로 우뚝섰다. 이 밖에 도어대시, 인스타카트 등 이제는 각 분야의 우위를 점하게 된 기술 기업이 많아진 만큼, 향후 수익도 기대해볼 만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마르케타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제이슨 가드너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것으로도 유명하다. 애리조나 주립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가드너는 미국 보수의 상징이었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보좌진으로 일한 바 있다. 전공을 살려도 봤지만 정치가 자신의 길이 아니라고 판단한 그는 연구 기관인 451 리서치, 가트너 등에서 연구원 생활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창업을 결심한 가드너는 세계 2위의 송금 회사 머니그램 인터내셔널에서의 이사진 생활을 정리하고 마르케타 창립에 이른다.


IPO 나설 유력 후보, 차세대 ‘데카콘’ 노린다


마르케타는 올해 기업공개(IPO)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11월 블룸버그 통신은 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마르케타가 골드만삭스와 제이피모건체이스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했다고 알렸다. 이어 상장 시기는 2021년 안으로 내다봤는데, 해당 매체는 마르케타가 시장에서 최대 100억달러(약 11조1350억원)의 가치 평가를 원한다는 내용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마르케타는 앞선 지난해 5월 1억 5천만달러를 펀딩으로 조달하며 43억달러(약 4조7800억원)의 몸값을 기록한 바 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의 지난달 보도를 살펴보면, 마르케타는 지난 2010년 창립된 이후, 2019년까지 약 1억4000만장의 카드를 발급했다. 흥미로운 점은 코로나19 여파가 본격 확산된 지난해에만 1억 3000만 장을 시장에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는데, 이는 전년에 비해 약 90%가 증가한 수치다. 상장이 이뤄지지 않아 자세한 실적은 알 수 없지만, 최고경영자(CEO)인 제이슨 가드너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상반기 매출은 사상 최고치”라고 밝힌 바 있다. ‘비대면’ 결제를 요구하는 코로나19 국면에서 큰 수혜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해 실시한 마르케타의 자체 조사를 보면, 고객의 절반 이상이 앞으로 온라인 결제 서비스로 옮겨갈 것이라고 답했다. 코로나19 여파가 금융 인프라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한 셈이다.

이런 이유로 마르케타를 향한 긍정적인 신호는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딜로이트(Deloitte)는 “미국 내 비대면 카드 결제, 디지털 지갑, 또는 포스(POS) 설치 등이 모두 증가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산이 쉽게 진정되지 않는 만큼 비대면 결제 흐름은 이어질 전망이다. 또한 바이든 행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되는 터라, 소비 지출의 증가도 있을 것이라는 평가다. 제이슨 가드너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CNBC와의 인터뷰에서 “디지털 뱅킹의 확산은 전지구적인 추세”라면서 “우리의 인프라와 기술력은 이 같은 흐름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이호준 인턴 기자> nadahoju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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